국부펀드 지원하고 세금은 면제…싱가포르 '국민 노후상품'된 리츠

입력 2023-09-27 16:47   수정 2023-10-05 16:27


아시아의 작은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금융시장을 정책적으로 키워 경제의 주춧돌로 삼았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금융회사와 혁신 기업들이 싱가포르에 몰려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 성장을 촉진했다. 이런 과정에서 안정적인 투자 수익을 내는 다양한 금융상품이 발달했다. 투자 소득이 다시 자본시장에 흘러들어가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노후 대비 상품 정책적으로 육성
가장 대표적인 상품이 리츠다. 싱가포르 정부가 리츠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 들어서다. 한국의 국민연금과 같은 싱가포르 중앙준비기금(CPF)만으로 노후를 책임지기 어렵다는 판단에 정부가 리츠 시장 육성에 나섰다. 2002년 리테일 자산을 담은 ‘캐피털랜드 몰 트러스트 리츠’의 상장으로 첫 리츠 상품이 나왔다.

27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싱가포르 리츠는 2005년 시가총액 5조1000억원에서 올해 6월 말 93조4000억원으로 18년 동안 약 18배 증가했다. 연평균 19%씩 성장한 셈이다. 싱가포르 리츠가 전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에 달한다. 비슷한 시기 출범한 한국 리츠는 여전히 국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3%에 그친다.

리츠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어 대표적인 노후 대비 상품으로 여겨진다. 부동산 자산에 분산 투자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싱가포르 정부는 세금 혜택과 국부펀드 지원 등을 통해 정책적으로 리츠시장을 키웠다. 2005년 싱가포르 국적 개인·법인투자자, 해외 개인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리츠에 대한 배당소득세를 면제했다. 리츠를 상장하거나 상장 리츠에 편입된 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때 내야 하는 세금도 없앴다.
○국민 10명 중 4명 리츠 투자
국부펀드도 전폭적으로 리츠를 지원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자회사인 메이플트리, 캐피털랜드 등 운용사들은 리츠 초기 단계에서 스폰서(대주주)로 나서며 시장을 이끌었다. 투자 위험을 낮추기 위해 정부는 법적으로 리츠의 차입비율을 50%로 제한했다. 리츠의 차입비율을 규제하는 선진국은 거의 없다. 이로 인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최근 상업용 부동산 위기 등의 파도를 넘을 수 있었다. 싱가포르의 전체 리츠 42개 중 35개를 담고 있는 FTSE ST REIT 지수의 10년 총수익률은 76.5%에 달한다. 연간 수익률로 환산하면 5.85%다.

조시 누푸르 싱가포르리츠협회장은 “싱가포르 정부는 노후 대비 상품을 위해 정책적으로 리츠를 지원했다”며 “그 결과 은퇴 후 삶을 위해 리츠에 투자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엔 젊은 세대도 분산 투자 목적으로 리츠를 담고 있다”고 했다. 디지털 자문사 엔도어스가 설문 조사한 ‘2023 자산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20세 이상 싱가포르 국민 중 38%가 리츠에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73%), 예금(49%), 채권(46%)에 이어 네 번째로 투자 비중이 높은 자산이다.
○국부펀드가 장기 투자 상품 직접 운용
싱가포르에선 국부펀드들이 직접 나서서 국민의 자산을 운용한다. 신뢰를 갖고 장기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상품이 테마섹의 손자회사인 풀러턴이 운용하는 ‘헤리티지 펀드’다. 2021년 출시된 이 펀드는 운용자산(AUM)이 1조원에 달한다. 장기 투자용 펀드인데 투자 전략에 따라 인컴, 밸런스, 그로스 등 세 가지로 나눠져 있다. 인컴 펀드 중 분배형 펀드 클래스를 선택하면 연 5.5%의 수익을 월 단위로 받을 수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최근엔 CPF 투자 수익률 제고를 위한 제도도 개선했다. 가입자들이 CPF에 예치한 본인의 연금 자산을 자문사 등을 통해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수익률 제고를 위해 자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방식의 투자 자문을 하고 있는 디지털 자문업체 엔도어스는 현재 10억싱가포르달러(약 9800억원) 연금 자산을 위탁 운용하고 있다.

싱가포르=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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